겨울이면 설국에 울려 퍼지는 "오겡끼데스까"와 함께 홋카이도의 눈밭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제 대한민국도 해외여행을 시작한 지 어느덧 40여 년이 되어갑니다. 패키지여행 못지않게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개인여행도 쉽게 많이들 하는 요즘입니다. 이 두 가지는 각각 장단점이 있는 터라 세부적인 콘텐츠는 변화되더라도 먹여주고 재워주고 알려주고 태워주는 패키지여행은 지속되리라는게 개인적인 견해입니다.
몇 달 전 신랑과 함께 개인여행으로 다녀온 오사카와 근교 온천여행은 그 나름의 매력이 넘쳤었고 다음 주는 모친의 팔순을 기념하기 위해 그녀가 원하는 삿포로 온천 여행을 가기로 했습니다.
모친은 젊은 시절 수많은 세계의 도시들을 여행한 바 있지만 이제 연세가 있는지라 가까운 일본에 가서 맛있는 음식과 새하얀 설경 그리고 뜨끗한 온천을 딸과 함께 즐기고 싶으신 마음임을 잘 압니다. 그래서 지난 연말부터 여행사를 통해 예약을 하였습니다. 다음 주 출발인데 일본 전반에 폭설 소식이 들려와서 떠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들었지만 어제 여행사에서 확정일정이 오고 오늘 e-ticket을 이메일로 받으니 가는 거 맞나 봅니다.
우리가 보통 패키지여행이라고 하면 다 알아서 해주니 그냥 따라만 다니면 된다고 생각하고 무작정 나선다면 기억력 짧아지는 나이에 봐도 기억 못 하고 재미도 없을 것을 알기에 미리 살펴보고 가려고 합니다.
저에게 첫 번째 홋카이도 방문은 코로나 이전 어느 해 겨울이었습니다. 그때는 삿포로 시내에 한 이틀 머물렀었고 기차 타고 노보리베츠를 가서 3일 정도 온천을 즐기며 주변을 여행한 기억이 있습니다. 역시 눈이 많이 내렸었고 기차에서 미리 백화점 식품관에서 산 초밥 도시락을 동행과 함께 나눠먹으며 창밖 눈 내리는 풍경을 바라보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이번 모친과의 패키지는 "홋카이도 4일 후라노 비에이 소운쿄 온천" 테마입니다.
처음에는 쇄빙선을 타는 특이한 상품이 있어서 예약을 했는데 역시나 특이함은 패키지에서 인기가 없나 봅니다. 물론 가격적인 부분도 영향이 있습니다. 여행 한 달쯤 남은 시점에서 예약속도가 느려서 모객이 안 될 수도 있으니 출발확정이 된 다른 인기상품을 소개받았습니다. 이번 여행의 목적이 팔순의 모친과 함께 오붓하게 설국을 즐기며 맛있는 음식과 온천을 즐긴다는 점에 괜찮은 선택이라 생각해서 예약상품을 변경했습니다.
삿포로는 1~2월이 일 년 중 성수기 시즌이라 가격이 결코 적지 않은 금액이지만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모친의 팔순은 평생 한 번이니 말입니다.
확정된 여행사 일정표를 보면서 가는 장소들을 구글맵에 표시도 해보고 이동거리를 측정도 해보고 숙박호텔 리뷰도 찾아봅니다.
여행할 때는 항상 구글맵을 사용하여 일정폴더를 만들어서 장소를 저장하고 미리 살펴보는 편입니다. 여행지에서는 방문할 장소를 검색해서 평점 높은 장소를 선택하여 방문해 봅니다. 방문 후에는 또 다른 여행자를 위해서 사진과 리뷰를 남기고 별점을 평가하기도 합니다. 보통 평점이 높은 장소를 방문하면 실패확률이 거의 없고 꼼꼼한 리뷰는 사전정보를 많이 얻을 수 있어서 도움을 받는 편입니다. 내가 올린 리뷰는 두고두고 저와 같은 여행자들이 살펴보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내 리뷰나 사진을 보았는지 구글에서 친절히 알려주기도 합니다. 문득문득 알려오는 조회수에 내심 뿌듯함을 느낍니다. 시대적인 소소한 재미라고나 할까요.
첫째 날 일정은, 삿포로에 오후 도착하여 시내관광을 살짝 한 후에 시내에 예약된 호텔에서 숙박하게 됩니다. 홈페이지를 찾아보니 비교적 가성비 있는 호텔입니다. 욕장이 있으나 온천은 아닙니다. 그래도 도착해서 저녁 먹고 자기 전 대욕장 가서 개운하게 목욕을 할 수 있다면 좋은 겁니다.
둘째 날 일정은, 호텔 조식 후에 오타루로 가서 오타루 관광과 중식을 마친 후 숙소가 있는 소운쿄로 넘어갑니다. 이틀째부터 숙박지가 온천호텔입니다. 찾아보니 아주 괜찮아 보입니다. 전망과 온천을 함께 즐길 수 있습니다. 식사도 좋아 보입니다.
셋째 날 일정은, 조식 후 비에이로 이동하여 이번 일정 중 하이라이트를 경험하는 날입니다. 첫 번째 홋카이도에서 가지 못해 아쉬웠던 곳입니다. 보기 좋을 정도만 눈이 와있기를 바라봅니다. 설국을 즐긴 후에는 조잔케이 온천 마을에 가서 온천 숙소에 숙박합니다.
마지막날 일정은 조식 후 삿포로로 이동하여 쇼핑시간과 잠깐의 관광시간을 갖은 후 점심을 먹고 공항을 향합니다.
여행을 하다 보면 결코 3박 4일이라는 일정이 짧지 않은 일정임을 느낍니다. 그런데 이번 3박 4일은 왠지 짧게 느껴질 것 같습니다. 팔순의 모친과 보내는 소중한 3박4이라 그럴까요?
다음에는 여행길에 올라 이야기를 올려보겠습니다. 부디, 걸을 수 있을 만큼의 눈이 내려져있기를 기도합니다.